IBM이 리눅스와 운명을 같이하면서 변화한 것은 단순히 사업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뿐만이 아니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던 문화와 프로세스도 IBM이라는 거대 조직에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기업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면서 조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커뮤니티는 빠르고 투명한 의사소통, 끊임없는 개발과 테스트를 통한 업그레이드를 중시한다.
그래서 일단 커뮤니티 멤버들이 구성되면 메신저나 이메일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사실 한국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이러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인 이유가 상당히 크다.
그에 비해 기업의 의사소통은 여러 가지이유(정치적인 문제나 책임 소재 등)보다 공식적인 루트를 이용하고 기록 남기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눈치를 보게 되고, 혹시 있을지 몰르 책임을 면하기 위해 회피 활동을 보이기 쉽상이다.
IBM에서 리눅스 개발그룹을 이끄는 댄 프라이에 따르면, 기업의 소통문화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그것에 비해 비효율적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채팅이나 게시판을 이용하는 데 모두들 눈치를 보거나, 과감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리눅스 그룹의 경우 사내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오로지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만 하도록 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야 비로소 팀원들이 게시판과 채팅을 통한 활발한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IBM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또 한 가지 배운 것은 소프트웨어의 설계방식이 기존 대기업이 가지고 있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설계 – 구현 – 테스트 –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기본 단계 자체는 동일하지만 시간 분배에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설계보다는 구현-테스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원래 설계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시간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프로세스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효율성과 개방성은 IBM이라는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리눅스 개발팀에서 시작된 오픈소스 커뮤니티식의 개발형 의사소통 방식은 사내에서도 통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철학의 변화에 힘입어 IBM은 또 하나의 커다란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수많은 지적재산을 독점소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윤을 얻는 대신, 품질을 향상시키고 성장을 촉진하는 쪽으로 많은 프로젝트들이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IBM의 수많은 특허권이 yet2.com과 같은 기술거래기업을 통해 아웃소싱되기 사작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노하우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생태계를 같이 꾸려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 중 하나가 devloper-Works와 alphaWorks와 같은 사이트들이다.
IBM은 오픈소스 진영에 뛰어들기 이전만 하더라도 독점과 수직통합이라는 전통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던 거대기업이었다. 하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징과 수평적 협업이라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개방성에 의한 강한 성장 동력으로 기업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
IBM도 처음에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으며, 경영진에서도 적잖은 저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리눗스 운영위원회를 작동시키면서 매달 위원회를 통해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과정이 몇 달간 지속되자 오픈소스의 마법이 자연스럽게 사내문화로 흡수되었다.
이러한 IBM의 사례는 오픈소스 혁명이 단순한 사회현상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가치창출을 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p187 ~189 –